연극18 서정현
Q1. 맡은 파트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하고 생각한 부분이 있다면?
먼저 이미 너무나도 잘 만들어졌고 널리 알려져 있는 작품이다 보니, 학생 연출만의 시각으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제일 큰 숙제였습니다.
기존 공연들을 따라가기만 해도 충분히 배울 점이 많은 작품이지만, 그래도 호기심과 실험정신으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의 공연으로 만들고 싶은 소망이 있었습니다.
뮤지컬 미스사이공은 어떤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끝까지 버텨내는 사랑의 힘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그 힘, 인간의 경이로운 생명력 자체에 주목했습니다.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이야기는 주로 킴을 따라 흘러가는데, 그녀를 포함한 모든 인물들을 솔직하게 비춰내려 노력했습니다.
결국 인간이 움직일 수 있는 동기들은 각자 다르지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어 내려, 손에 쥐어내려, 꺾이지 않고 지켜내려 살아가는 이들의 그 치열한 모습을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모두가 무기력해지고 막막해 질 수 밖에 없는 이 시기에, 저희 공연만의 꿈틀거리는 생명력을 몸소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과연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아온 것인 지 다시 한번 되새기며, 또 다른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저마다의 이유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Q2. 작업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무엇인지?
프로덕션 중반에 무대 디자인을 맡으신 김민수 씨가 며칠밤을 고생해서 무대 모형을 만들어 오셨었는데, 그때 한창 “fall of saigon”씬을 만들 때라 다들 골머리를 앓고 있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머리로만 생각해서 최대한 재미있는 전환 장면을 만들어 놨었는데, 여러 어려움과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었습니다.
연습 끝나고 연출부, 무감팀, 무대팀이 모여서 그 큰 모형을 놓고 이리 저리 돌려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민수는 여태 고생해서 힘들고, 연출부랑 무감팀은 점심부터 밤 늦게까지 연습만 진행해서 힘들고. 모두가 이 전환 장면을 살리고 싶은 마음에 소리도 지르고 답답해서 화도 내고 막막해서 한숨도 막 쉬어가며 회의 했었습니다.의견이 마구 나오는 대로 빠르게 모형들을 움직여 봐야 했는데, 모형이 워낙 정교하고 예민해서 숨을 참아가며 모형을 만졌었습니다.
회의는 작은 발상의 전환으로 잘 해결되어서, 이렇게 공연까지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신박한 생각 그 하나를 위해서 이건 어떨까 하고 마구 의견을 던져대던 그 날 회의가 지금 생각해보면 참 말도 안되고 또 제일 재밌었던 것 같습니다.
완벽한 장면이라고 여길 수 는 없지만, 관객분들이 어느정도의 노고를 알아봐주신다면 이런 회의는 몇번이고 항상 해야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Q3. < 미스사이공 >을 통해 배울 수 있던 점
작품이 이미 가지고 있는 드라마를 망가뜨리지 않는 선에서 저희만의 의도나 해석을 입혀야 하다보니, 저희가 미처 생각치 못한 오류나 결점도 많았습니다.
그 비어있는 사이들을 채워나가는 것이 저희를 제일 괴롭히기도 했고, 그 과정들에서 배움도 가장 많았습니다.
관객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비로소 공연이 완성에 가깝다고 생각하는데, 관객과 대화를 나누려면 한 작품안의 모든 구성원들끼리 대화가 원만해야 한다는 게 절대적인 전제라는 것을 몸소 깨닫게 된 기회였습니다.
항상 학교에서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 배우고 깨닫지만, 그게 그리 어려운 일인 지는 잘 알지 못했습니다.
미스 사이공이라는 크나큰 작품을 접하게 되면서, 소통이란 것은 공연을 넘어 사람들과 함께 하는 모든 일에서는 제일 중요하고 치명적인 요소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저 분석, 의도, 주제, 드라마, 디자인, 기술, 연습 진행 등 이렇게 공연에 꼭 필요하지만 세부적인 것들 뿐 아니라 서로에 대한 존중과 공감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분위기, 말 그대로 인간적인 대화가 꼭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2020년 2학기가 정말 순탄치 않았습니다. 개강과 함께 줌수업으로 어렵게 작품을 분석했고, 대면 수업이 시작된 후에는 한정된 연습시간 안에서 진도를 나가기에 바빴습니다.
그러다보니 정작 제일 중요한 구성원들 간의 대화나 상호작용이 부족했고, 늦게나마 그런 문제들을 해결해보려 모두가 함께 노력했습니다.
좀처럼 예상할 수 없는 코로나 사태 덕에 현재 미스 사이공 팀이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환경이 이제껏 겪어 오던 환경과는 많이 달라진 게 사실이지만, 소통과 대화는 환경의 이유로는 어찌할 수 없는 아주 절대적이고 근본적인 공연의 요소라는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모두가 이 힘든 시기에, 또 절대 편치 않은 조건에서 준비한 공연입니다. 정말 모두가 열심히 해주셨습니다.
그만큼 크고 웅장하게, 우리들의 에너지가 오롯이 관객분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Q4. 본인에게 미스사이공은 어떤 의미인지?
미안한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미안함이 너무 많이 느껴지는 작품이에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좀 더 현명해야 했다고 생각하는 순간들이 자꾸 밟혀서 미안함이 계속 쌓여가는 중인 것 같습니다.
겪어 보기 전에 실수를 만들지 않을 줄 알아야 모두가 행복하고 나도 행복할 거라고 욕심부리며 지내왔는데, 그렇게 하기가 참으로 어려운 것인지 아니면 아예 절대 불가능한 것인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가능은 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정말 뼈저린 성찰과 반성의 기회를 만들어 준 작품입니다.
모두가 한 목표를 바라보며 열심히 열을 뿜어낼 때, 과연 나는 무슨 역할을 어떻게 수행해 낼 수 있을까. 저의 부족함과 어리숙함을 여실히 깨닫게 해준 존경하는 미스 사이공 너무 미안하고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최고의 미스 사이공. 더 열심히 살게요!